성 밖으로 간 아침

식전에 산을 댕겨 올 때면
종종 찔래 순을 꺾어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랬는데
며칠 쉬고 간 오늘은 그냥 맨입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 섭섭함이란 ~
행여나 하고 만만해 뵈는 가지를 꺾으려 하니 껍질이 통사정을 하며 놓질않는다.
'야무진 녀석 같으니라고.....ㅎ'

가시도 만반의 준비를 한 터,
여차하면 뾰족하고 단단해진 모양새로 침 한 방 놓을 폼이다.
가지 끝마다 꽃망울이 오종종 달려 있다.
곧 ♬찔-래꽃.엄마꽃.' 노래따라 엄마 보고 싶은 사람들 눈물 나겠구나!

계절 참 빠르지 눈 코 뜰새 없지 하여도,
쑥쑥 자라는 초목들의 몸놀림에 사람 입망아는 견줄 게 못 된다.
시간을 올차게 쓰며 무럭무럭 잘도 큰다.

성 밖, 마을에 가면 시골 돌아가는 내막(?)을 알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시간이 걸려도 다리품 팔며 돌아보고 싶어 진다.
지금 고향에도 고추심고 복숭아 적과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터인데....

4월 중순 즈음에 못자리를 만드는 어르신을 뵈었드랬지.
소나무 밑의 생흙을 파고 채에 쳐서
모판에 씨루떡 안치듯이 보들보들한 흙을 깔았다.
그 위에 눈 틔운 볍씨를 골고루 뿌리고 또 흙을 살살 덮었다.
물이 찰찰 하게 깔린 논에 가지런히 놓고는 비닐을 덮어씌워서 한 보름 지났나?

오늘 아침엔 덥어둔 비닐을 걷어내며 피를 뽑고 있었다.
어린 모들이 제법 자라서 바람에 한들거렸다.
이젠 온실 밖에서 마음껏 몸을 단련시키려다 보다.
30도를 웃돌았던 이상기온 때문인지 모 끝이 누릇누릇 타들어 간 자국도 보였다.
꿋꿋하게 잘 자라서 모내기에 풍년가가 울리기를...... .

물 잡아둔 논에는 산 그림자가 드리워져 아름다웠다.
논 가장자리에 있던 소금쟁이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논 가운데로 미그러지듯 가버린다.
가만히 몰 속을 들여다 보았다.
자그마한, 일명 눈까리^^ 깨치만한 우렁이들이 깨알처럼 박혀 있다.
언제 눈맞춰 사랑하고 알 깠는지...... .
나 보란듯이 자식 자랑을 한다.
올챙이가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몸짓을 보며 물속으로 들어가고픈 충동이 인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마법의 약을 마시고 먼지보다 작아져서
논 속에 들어가 한 이틀 저들과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며...ㅎ.

개울가에 있던 두릅나무는
봄 입맛을 찾은 사람의 손에서 이제사 해방되었을까!
새순이 자라서 잎들이 수북하니 올라와 있다. 두릅나무를 보면 좀 애처롭다.
세상에 나오기가 무섭게 똑똑 꺾여지고 마니....
2002년 월드컵 축구선수들에게 달여 먹였다는
화순 어느 마을의 가시오갈피며 다슬기 잡아갈 철이 어제 그제인듯 하다.

위쪽 못에서 내려오는 물이 개울을 따라 쫄쫄쫄 잘도 흘러 간다.
새들이 제 각각 목소리를 자랑하지만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고 화음이 곱다.
이따금 꿩이 아침 점호를 하는지 그 호령이 과연 꿩스러움 느끼게 한다.
큰소리치는 놈도 있고 째째째 하는 고운 소리도 있으니 더 조화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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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밖으로 간 아침. 이야기는 하고 많아 끝이 없어진다.

지곡성 밖을 벗어나 걸어간 아침은 찬란하고 눈부시다.
비록 사는 모습이 부와 질적인 것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
자연에 더 깊이 안긴 곳일수록 그 사는 모습은 더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에게서 느끼는 향기와 그 마음이 결도...... .

주렁주렁 달린 아카시아꽃 밤새 망울 터지면 향기가 진동하겠네.
바람이 지날 때마다 상큼한 향기가 조금씩 나오는데
머지않아 밤꽃 찾아 온동내 벌들은 이곳으로 모일것이다.

미운것 없이 다 사랑하고 감싸주고 싶은 계절,
진정 아름다운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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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우고 새벽같이 성밖을 돌아온 게으른 만학도는 이제,
거사를 치루기 위해 길을 나서야 겠지.
오늘 가는 이 길이 졸음오고 힘겨워도 꿋꿋이 걸어 가야한다.

멋진 꼬리글 한마디 부탁드려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