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너와 만난지 100일 첫 키스 하던 날/김정한 
                                                                               
  
약속은 하지 않았지 
그냥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지 
샤워를 하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양치를 하였지 
너를 만나기로 한 대학로 에스쁘레쏘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넌 담배를 계속 피워대고 있었지 
너를 본 순간 내 가슴은 
하늘이 쪼개지는 듯한 천둥소리로 요란했지 
이 가슴 저림, 
숨이 멎는 듯한 떨림이 계속되었지 
네 생각만 하면 한밤중에도 보고싶어 깨어났고 
네 이름만 떠올려도 숨이 막혔지 
그러나 사랑했지만 네게 말하고 싶지 않았지 
때론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투정도 부리고 
헤어질 까도 생각했지 
오늘은 너를 만난 지 100일이 되는 날 
우리는 카프 치노를 마시며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지 
한참을 망설이다 넌 내 손을 잡았지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지 
땀으로 젖어 끈적이는 네 손 
더 이상한 건 내 온몸이 뜨거워 졌다는 거 
그러다가 넌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갑자기 날 덥석 껴안으며 키스를 했지 
피할 겨를도 없이 넌 그렇게 다가왔지 
갑자기 엄마얼굴이 떠올랐지 
난 땅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지 
무섭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그때 난 알았지 
첫 키스는 한때 지나는 소나기처럼 다가온다는 거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너와의 첫 키스 
싫지는 않았지 
약간 담배냄새는 났지만 
널 사랑하니까 
온몸이 불타는 줄 알았지 
식은땀이 흘러 내렸지 
그 후 내내 갈증만 키워놓은 너와의 첫 키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너에게로 빠져드는 나 
이제는 당당히 말하고싶지 
널 사랑하니까 
너와의 첫 키스는 
내게 꽃이 피는 듯한 희열과 
캄캄한 밤에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천국에 온 느낌이었지 
이제 알았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키스는 천국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너에게 말할 수 있지 
너와의 첫 키스가 나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