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깊이를 재어보려 하는 나를 봅니다.

내가 사랑한다 할 때는 내 깊은 사랑을 외면하며

무덤덤히 바라보는 눈빛에, 마음 아파하며 두 눈 떨구고

나를 사랑한다 할 때는 내 마음을 열어 놓지 못하며

그 깊은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곁에 있어도

한 없이 느껴지는 외로움에 눈물이 고입니다.

혼자의 시간이면 먼저 떠올려지는 모습...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사랑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눈빛과

표현하지 않아도 내 빈 가슴 채워주는 따스한 미소로

재어보지 않아도 그 깊이를 알 수 있었던 나날들이 아득해져만 갑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한, 평화롭기까지 한 어느 날 문뜩,

내 기억 속의 잠재해 있는 그 눈빛과 미소가

혹여 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영원히 기억 속에서만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소리내진 않지만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함께 하면서도 추억을 꺼내어 더듬는 나를 보면서

곁에 있음에도 지난 옛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마주하며 보고픈, 느끼고픈 나의 소망들이...

사람에 대한 쓸쓸함과 허전함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어려운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다시 태어난 그 곳으로 가기 전까지

홀로 가는 여정에서, 혼자서가 아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면서

지친 마음 기대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한 행복임을 알지만,

그 하나의 결실을 맺기까지, 그 마음이 온전히 합쳐지기까지

어느 만큼의 인내와 이해가 필요할 것인지는

아마도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끊임없이 내어주고 내어주며

나를 낮추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한 잔의 커피에서 목을 축인다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거품만 내며 살지는 말아야

거칠게 몰아치더라도 파도쳐야지

겉돌지는 말아야지

가슴 한복판에 파고드는 멋진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되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늘 조바심이 난다

가을이 오면 열매를 멋지게 맺는 사과나무같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한 잔의 커피와 친구 사이가 된다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