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련 ☆
보이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눈이 멀고 귀가 막힌지 오래입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당신과 끝내
헤어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들리지 않는 두 귀로
나 이제 무엇을 더 보고 들어야 합니까
당신이 아닌 모든 것들은
더 이상 내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는데
짙게 그늘진 이내 마음 속에
그리움이 설움되어 흐르고
뼈를 깎는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천 년 후에야 만날 수 있을까요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무릎에 고개를 꺾고 흐느껴 웁니다
이게 당신을 사랑한 댓가라면
얼마든지 기쁘게 받아들이겠노라고
하지만
흐릿한 두 눈에 당신의 모습이 보이고
당신의 목소리도 아련히 들려오는 듯 합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어떤 것도 들리지 말아야 하는데
이루어질 수 없었던
슬픈 사랑에 아파하며
난 오늘도 홀로
그리운 당신만을 보고 듣습니다
소리없이 피눈물 흘리면서....
장세희 詩人 2004년 4월 5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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