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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상의소금  2005/01/07 22:33  조회수: 443
제목: 모서리는 항상
모서리는 항상

                    권애숙


천장이 높은 집에 살면서부터
모서리를 잊고 살았다
눈 높이만큼 낡아있는 벽처럼
골목을 지나가는 햇살 우두커니 내다보거나
바닥만 밟고 다니며 사는데 젖어

오늘 문득 바로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올려다보니 거기 애써 외면한
모서리마다 은밀하게 처져있는 거미줄
날것의 모가지를 비틀고 있다

밤마다 온몸에 돋아나는 날개를 털며
힘겹게 날아오르던 시절
날개는 언제나 위험해
모서리는 항상 날개를 기다리지
가만가만 속삭이며 지나가던 바람
내 생의 구석구석 질긴 거미줄을 치고
날개를 잡아매던 높은 곳엔 저리 끈끈한
모서리가 있었다

이승과 저승의 문틈에 매달려 까마득한 바닥을 내려다보는 일
통째 누군가의 먹이가 되기 위해 순간 순간 아프게 펄럭이는 일
오호, 살아보고 싶어라
모서리는 오늘도 어둑하게 눈속임을 풀어내고
짐짓 모르는 척, 내 날개는 여전히 무성함


멋진 꼬리글 한마디 부탁드려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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